한은이 말하는 것과 숫자가 말하는 것
한은 총재가 '올해 후반기 외국인 매도세가 잦아들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한은은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유출폭이 축소될 것"이라며,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라 중장기 국고채 수요도 기대된다고 전망했습니다. 공식 채널을 통해 나온 꽤 강한 낙관론이에요.
그런데 저는 이 발언을 들으면서 바로 반사적으로 가계대출 숫자를 떠올렸습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6월에만 7조 6000억 원 증가하며 전월(+6조 9000억 원)보다 오히려 증가폭이 더 확대됐습니다. 중앙은행 총재는 외자 유입을 낙관하는데, 국내 가계는 빚을 더 빠르게 늘리고 있는 거예요.
이 두 흐름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게 지금 국내 거시 환경의 핵심 모순이라고 저는 봅니다.

출처: scs-phinf.pstatic.net
왜 이 '괴리'가 크립토 시장에 신호가 되나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149조 원을 순매도했고, 6월 한 달만 48조 6000억 원을 팔아치우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총재의 낙관 발언이 나오기 직전까지 숫자는 반대 방향이었다는 거죠.
자본시장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유지하더라도, 외국인 자금 유출 등 자본수지 측면의 원화 매도 압력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강세로 직결되지 않는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수출은 잘 되는데 원화는 안 오르는 이 구조, 이전 글에서도 여러 번 다뤘죠.
지금 이 환경에서 국내 개인 투자자 입장을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 주식은 외국인이 팔아치우는 시장
- 부동산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중
- 은행 예금 금리는 물가 대비 실질 매력이 낮아지는 국면
- 원화 자산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환경
이런 상황에서 크립토가 '탈출구'처럼 보이는 수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공포지수 22인 시장임에도 불구하고요.
가계대출 7.6조의 실체를 좀 더 들여다보면
코스피 급등으로 개인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이른바 '빚투'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 컸으며, 특히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은 3조 7000억 원 급증해 2021년 4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습니다.
주목할 점은, 증시 호황에 따른 '빚투' 급증이 가계대출 확대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는 거예요. 여기서 '빚투' 자금이 전부 코스피로만 향했을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마이너스통장으로 자금을 뽑은 뒤 일부가 업비트·빗썸으로 흘러가는 경로는 이미 2021년에도 충분히 확인된 패턴이에요.
| 구분 | 5월 은행 가계대출 | 6월 은행 가계대출 |
|---|---|---|
| 전체 | +6.9조 원 | +7.6조 원 |
| 기타대출(빚투 포함) | +3.7조 원 | 규모 유지 |
| 주담대 | +3.2조 원 | +4.5조 원 |
6월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거래량 증가와 집단대출 실행의 영향으로 4조 5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집값 쪽도 쉬지 않고 있는 거예요. 대출이 두 방향으로 동시에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눈여겨볼 것들
고환율이 외국인 수급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히는데,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손 부담이 커져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일 유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즉 원화 약세 → 외국인 추가 매도 → 원화 더 약세의 피드백 루프가 언제 끊기느냐가 진짜 전환점이에요.
한은 총재의 '매도세 완화' 전망이 실현되려면 아래 조건 중 하나 이상이 충족돼야 한다고 봅니다.
- WGBI 편입 효과로 채권 쪽 외국인 자금이 실제로 유입되기 시작
- 연준 금리 인하 신호가 명확해져 달러 강세 압력이 꺾임
- 반도체 실적 시즌에서 긍정적 서프라이즈 → 주가 추가 상승으로 리밸런싱 매도 압력 완화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외국인 매도의 성격이 과거 위기 때와 다르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순매도 대부분이 반도체 단일 업종에 집중된 차익실현 성격으로, 광범위한 청산과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입니다.
저는 여기에 하나를 더 얹어서 봅니다. 정책 당국이 신용 수축(가계대출 조이기)과 환율 방어를 동시에 집행하면서, 국내 유동성 체감이 점점 쪼그라드는 국면이 이어지면 — 역설적으로 탈중앙화 자산으로의 소액 분산 수요는 계속 살아있을 수 있습니다. 공포지수 22짜리 시장에서도 빚투 자금의 일부가 크립토로 흘러가는 구조는, 거시 환경이 '막혀있다'는 느낌을 줄수록 오히려 강화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하반기 외국인 자금이 정말 돌아오기 시작하면 원화 강세와 함께 크립토 자금도 일시적으로 빠질 수 있어요. 그 타이밍이 언제인지, 저도 계속 지켜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이 괴리 구조를 어떻게 읽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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